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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는 필수노동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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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3-04-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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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는 필수노동자인가
    입력 : 2023.04.11 03:00 수정 : 2023.04.11 03:03,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주변 학자들 사이에 온통 챗GPT 논란뿐이다. 엄혹한 4월의 기억들(제주 4·3, 4·16 세월호 참사, 4·19 혁명)이 묻힐 만큼 인공지능의 상상초월 ‘학습’ 능력을 앞다퉈 ‘학습’하기 바빠 보였다. 물론 학계에 있는 내 주변의 일에 국한된 현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내 청소노동자의 파업이 어떻게 마무리되어가는지보다 중간고사에 챗GPT가 줄 영향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팬데믹 시기 그들을 필수노동자라 강조했던 정부와 언론의 관심도 어느덧 인공지능이 초래할 미래의 변화에만 쏠려 있다. 그렇지만 매일 쌓여가는 쓰레기는 누가 치울 것인가? 갑자기 질문이 떠올랐다. “챗GPT는 필수노동자인가? 혹은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가?” 분명 옆 동료는 챗GPT에게 직접 물어보라 할 것이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노동의 가치를 크게 ‘경제적 가치’(단수형 value)와 ‘사회적 가치’(복수형 values) 두 가지로 구분한다. 그리고 이 두 가치의 경중이 모든 노동에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면, 사회적 가치가 높을수록 경제적 가치가 매우 낮은 경우가 있다. 청소가 대표적 예일 테다. 이들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그레이버에 따르면, 금융 부문 종사자, 광고·마케팅 전문가, 변호사는 그들이 받는 월급에 비해 사회적 가치가 오히려 ‘마이너스’, 즉 사회적 가치가 파괴된다고 한다. 그레이버의 지적처럼 이들이야말로 너무 많은 비용만 가져가는 쓸모없는 ‘불쉿잡(Bullshit Jobs)’에 가까울지 모른다.
    챗GPT는 소위 ‘확률적으로 만든 언어의 지도’라 한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처럼, 질문을 입력하면 가장 적합한 답(언어의 지름길)을 보여준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이것이 결국 언어로 노동하는 지적 행위의 대량생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 즉, 사회적 가치가 높은 필수노동(청소 등)보다 경제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지적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그레이버의 주장을 거칠게 적용해 본다면, 사회가 챗GPT에 더 높은 비용을 지급할수록 그만큼 사회적 가치의 창출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즉 점점 더 손해가 발생한다고 예측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챗GPT가 제시하는 편리함에 좀 더 접근 가능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노동자를 두 집단으로 구분 지었다. 한 집단은 안정되어 있으며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들, 다른 집단은 불안정하고 그 불안정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 구분만 두고 본다면, 챗GPT는 전자에 속한 집단에 더욱 가까울지 모른다. 부르디외의 설명을 덧붙여 활용하자면, 챗GPT는 ‘현재를 직면할 수단과 희망을 탐구할 수단을 지닌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구일 것이다. 그에 반해 챗GPT에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은 후자에 속한 집단으로 ‘자포자기’와 ‘마술적 조급함’에 빠진 소위 이중 빈곤의 사람들일 터이다. 즉, 지금의 어려움을 운명이라 받아들이며 그릇된 신앙과도 같은 불안감과 초조함에 쫓기듯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다.
    물론 챗GPT의 장점은 분명하다. 그것이 기존 서구의 언어 권력(대표적으로 영어가 만든)과 지식 권력이 쌓아 올린 인종과 계급 사다리로부터 많은 비서구인들을 해방시켜 줄 수 있다. 가방끈이 길지 않아도 간단한 사용법만 알게 된다면, 오랜 기간 쌓여온 장벽과도 같은 언어와 지식 권력에서 벗어날 미래를 꿈꿔볼 수 있다. 하지만 또 누가 알겠는가.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 왔으니 어느 날 챗GPT의 메인 서버의 플러그를 하층민이 올라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차듯’ 뽑아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보면, 불안정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앞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대답이란 걸 해줄 ‘사람’일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인간이 만든 쓰레기로부터 지구 생태를 지켜줄 명쾌한 이론적 답변이 아니라 지금 눈앞의 쓰레기를 치워줄 필수노동자일 테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챗GPT는 필수노동자인가? 나 역시 챗GPT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그의 대답은 “나는 필수노동자가 아니며 그들이 하는 중요한 업무를 대체할 수 없다”였다. 오히려 챗GPT의 미래에는 나와 같은 지식 생산자들은 사라지고, 청소노동자와 같은 필수노동자만 살아남을지 모른다. 이것이 인류가 만든 언어의 지도에서 찾은 우리와 챗GPT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