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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강재승 엔테라퓨틱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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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3-06-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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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49〉 강재승 엔테라퓨틱스 대표

    엔테라퓨틱스를 창업한 강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왼손엔 원료가 되는 반도체용 실리콘웨이퍼를, 오른손엔 이 회사가 개발 실리콘 나노 입자를 들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름 개선 등 안티에이징 효과가 있는 이데베논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요.” TV 홈쇼핑에서 자주 나오는 화장품 소개 중 한 토막이다. 피부를 탱탱하게 해준다는 이데베논 얘기인데, 이데베논은 원래 화장품으로 개발된 게 아니다.

    일본 다케다제약은 1980년대 초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이 물질을 개발했다. 하지만 임상시험 단계에서 체내에 외부 물질 침입을 막는 ‘뇌의 장벽’에 가로막혀 개발이 진전되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이데베논을 알츠하이머 등의 치료제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고, 세포·동물시험 단계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오고 있다. 다만 사람의 뇌까지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을 뿐이다.

    반도체 웨이퍼 나노 크기로 잘라, 로켓에 위성 탑재해 보내는 원리, 췌장암·뇌종양 공략이 1차 타깃
    내성과 부작용 적어 활용폭 넓어, 신약·백신 개발, 암예방에도 도움, 미국·유럽기업과 상용화 추진 중


    엔테라퓨틱스를 창업한 강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는 약물을 표적 부위까지 보내는 ‘실리콘 나노 입자 약물 전달 시스템(DDS)’ 기술로 인체 장벽에 도전장을 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에 있는 서울대 연건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로켓이 목표 궤도까지 올라가 위성을 사출하는 게 중요한데, ‘실리콘 나노 입자’가 로켓처럼 약물을 표적지까지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모셔다드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서 나온 부산물 활용
    “실리콘은 우리 몸에 넣는 보형물로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이미 안전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나노 입자처럼 크기가 작으면 장벽을 통과하기 수월해져 면역 반응을 줄이고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요.”

    모래나 돌에서 채취하는 실리콘(규소)은 지구 지각(地殼) 질량의 27.7%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물질이다. 가공 과정을 거쳐 접착제나 인체 삽입용 보형물 등으로 쓰인다. 반도체 소자도 실리콘웨이퍼로 만든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실리콘웨이퍼가 반도체 칩이 되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있는데, 불화수소 등을 활용해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과정을 ‘식각’(蝕刻·Etching)이라고 한다. 엔테라퓨틱스가 약물 전달체로 사용하는 실리콘 나노 입자는 바로 이 식각 공정의 부산물이다.

    “반도체 식각 공정 때 웨이퍼의 겉면이 까맣게 타서 떨어져 나오는 찌꺼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전류 세기에 따라 식각 정도가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나노 입자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벌집 모양으로 된 실리콘 나노 입자에 로열젤리처럼 약물을 넣는 원리입니다.”

    코로나19백신으로 활용된 리포솜은 한 번에 하나의 약물만 주입이 가능한데, 벌집 구조인 실리콘 나노 입자는 두 개 이상의 약물을 넣는 ‘콤비네이션 테라피’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입자에 위성항법장치(GPS)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달아 타깃 부위에만 약물을 주입할 수도 있다.

    정맥 주사, 경구용 전달체 개발
    엔테라퓨틱스가 실리콘 나노 입자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하려는 분야는 치료가 까다롭다는 췌장암과 뇌종양이다. 강 대표는 “항암 치료에서 가장 어려운 건 외부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인체 장벽’을 뚫는 것”이라며 “효과적인 췌장암·뇌종양 치료제가 있지만, 표적에 도달하는 약물은 극히 일부이고, 나머지는 다른 곳으로 퍼져 부작용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필요 이상의 약물을 투약하고, 이러면 내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리콘 나노 입자를 활용하면 체내 깊은 곳까지 효과적인 약물 전달이 가능해진다. 인체 거부 반응이 적은 실리콘을 몸속에 스며들 만큼 극소 나노 크기로 쪼갠 뒤, 약물을 실어 암·종양 등 표적 부위까지 ‘총알배송’하는 셈이다. 기존 약물도 실리콘 나노 입자 같은 새 약물 전달체(DDS) 플랫폼에 얹으면 새로운 특허가 된다. 손쉽게 약물을 투약할 수 있도록 정맥 주사와 경구용 전달체를 활용하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강 대표는 “약물 종류별 탑재율을 최적화해 더 다양한 종류의 약물을 실을 수 있도록 DDS 플랫폼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현재 미국 스피네커 바이오사이언스, 벨기에 아데나 등과 협력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얻는 등 상용화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윤상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형성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현재 세계적으로 50여 가지 화합물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만큼 관련 신약과 백신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향후엔 암 종류별 백신을 맞으면 암을 예방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엔테라퓨틱스는 겔 형태의 ‘나노 기반 경피 전달 물질’도 개발해 상용화를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피부 표면에 약물을 발랐을 때 경피층 도달까지 기존 물질은 4~6시간 걸렸다면, 새로 개발한 나노 기반 물질은 30분이면 충분하다”며 “피부 진정·진통 효과가 동시에 있는 약물을 탑재해 연고나 기능성 화장품으로 상품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노전달체’ 시장 2032년 235조원
    시장조사업체 노바원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나노 기술 기반의 DDS 시장은 2032년 1776억2000만 달러(약 235조52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회사에 투자한 고명원 현대기술개발 차장은 “엔테라퓨틱스가 개발한 DDS 기술은 범용적으로 적용 가능한 게 장점”이라며 “제약회사들로부터 ‘단기간에 상업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항암제뿐 아니라 일반 치료제나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엔테라퓨틱스는 강 대표의 두 번째 창업회사다. 2016년 면역 치료제를 개발하는 브이맥이뮤노테크를 창업했지만, 첫 번째 도전은 실패에 그쳤다. “면역 치료제를 연구해 왔는데, 그 분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자 창업했습니다. ‘내 연구는 정말 세계적이니 잘 될 것’이라는 생각에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그런데 이게 실패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이어 “새로운 치료제인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세포)가 개발되며 연구자 수준에선 대항할 수 없게 됐다. 또 비슷한 아이템을 가진 회사가 많이 생기며 투자를 못 받았고,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며 “실제 창업 생태계에서 내 아이템은 진부했다. 창업 아이템의 경쟁력과 생존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창업 실패 딛고 일어서
    “교수 중 누가 ‘창업을 한다’고 하면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면서 말리려고 해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거나 세무 신고하는 걸 알았을까요. 교수·의사·최고경영자(CEO) 중 가장 힘든 건 CEO인 것 같아요. 사실 안정적인 연구 자금을 목표로 창업을 결심했어요. 연구비는 3~5년 단위로 주어지고, 과제가 연장되지 않으면 실험실을 닫아야 했으니까요. 회사를 만들면 연구를 바탕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그 돈을 다시 연구에 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가장 어려웠던 건 상업화 과정이었다. 강 대표는 “사업가들은 펀딩부터 자금 운용 등에 대한 노하우가 있지만, 교수들은 연구비를 받아쓰기만 했지 이윤 재창출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연구 마인드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든 이윤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두 번째 창업에선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연구는 연구대로 진행하고, 회사 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외부 연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했다”고 설명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 창업자나 교수들에겐 “‘아이템이 창업에 적합한가’ ‘창업을 통해 본인의 꿈을 이룰 수 있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래도 창업할 결심이 섰다면 ‘인적 생태계’를 점검해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창업을 하면 스스로 모든 걸 헤쳐나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 공동 창업을 하거나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창업자는 연구에만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지원, 사업성 주목해야
    강 대표는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 대상 펀딩이 많이 얼어붙었다”며 “몇 년 전 기술특례 상장제도가 인기였는데,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며 지금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선 정부가 유망 기업을 계속 물색하고 상업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며 “이 기업들에 연구비 수준의 지원을 넘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큰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화 단계의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많이 적어요. 또 대부분의 정부 지원사업은 사업성보다 연구내용 줄 세우기에 바쁘죠. 심사위원들도 기술에 대한 이해는 있지만, 상업화나 비즈니스 안목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VC) 등에서 일정 금액 넘는 금액을 투자 받았으면,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검증을 받은 겁니다. 가능성 있는 탄탄한 스타트업들이 사업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투자 유치 금액만큼 정부가 더 투자해주는 매칭펀드 방식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