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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정원 2000명 추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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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24-03-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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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가도 못 받는 외과수술…전문의 못 뽑으니 전공의에 매달린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입력2024.03.06. 오전 12:30 
     전공의 진료 이탈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의 어떠한 압박도 겁내지 않는다. 수술이 무기 연기된 암·심장병 등 중증환자의 불안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때는 참의료진료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은 지켰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다 빠져나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4일 공개한 '세계 톱 250위 병원'에 서울아산·삼성서울 등 17개가 뽑혔다. 일본(15개)보다 많다. 한국의 대형병원이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지만, 전공의 파업에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전공의 줄여도 미·일의 4배
    2000년 전공의 파업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공의가 많은 서울대·세브란스 등 8개 대형병원의 2010~2023년 의사 구성을 분석해보니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이 2010년 51.3%에서 40.8%로 줄었다. 전문의는 약간 늘고 전공의는 줄었기 때문이다. 2010년 전문의가 3359명에서 2023년 4858명으로 늘었다. 병원당 한 해에 14.4명 느는 데 그쳤다. 전공의는 정부의 축소 정책에 따라 8.2% 줄었다. 주요 병원 중 전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데는 경북대병원으로 54.03%(2023년)에 달한다. 2010년(55.3%)과 유사하다. 전공의가 가장 많은 데는 서울대병원(738명)이다. 전공의 비율은 13년 새 51.2%에서 46%로 약간 줄었다. 국내 최고 병원이라지만 전공의 저임금에 의존하는 전근대적 구조를 깨지 못한다.
    8대병원 13년 의사구성 분석
    병원당 전문의 연 14명만 증가
    후진적 구조 바꿀 마지막 기회
    "원가 100% 묻지마 보전해야"

    2023년 8개병원의 전공의 비율이 40.8%로 줄었다 해도 뉴스위크 평가 세계 1위 병원인 미국 메이요클리닉(로체스터 본원, 10.9%), 도쿄대 의학부 부속병원(10.2%)보다 월등히 높다. 뉴스위크 평가 2위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의사(의과학자 포함)가 5658명인데, 지난해 뽑은 레지던트가 217명에 불과하다. 이런 데는 전문의 중심으로 움직인다. 전공의는 피교육생 신분일 뿐이다.


    이상한 수가제도 20년 방치
    건강보험 한 해 지출은 2010년 35조원에서 2023년 93조원으로 급증했다. 돈을 적지 않게 쓰는데도 전문의가 늘지 않는 이유는 수가 구조 왜곡 때문이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외과 수술 수가를 올렸는데도 원가의 81.5%이다. 최소한 원가를 보전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반면 혈액검사 등의 검체 검사 원가 보전율은 135.7%, 영상검사는 117.3%에 달한다.

    김영옥 기자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수술이나 시술 같은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가 원가에 미달해 수술하면 할수록 손해난다.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런 분야 의사를 더 뽑으려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예로 들며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2022년 7월 그 병원 간호사가 쓰러졌으나 뇌수술 전문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숨졌다. 서울아산병원은 뉴스위크 평가에서 세계 22위(국내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정부는 뭘 했을까. 2001년 시행한 상대가치 수가에 함정이 있다. 약 6000개의 의료행위별로 업무량·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수가를 매긴다. 상대적 가치를 따지기 때문에 하나를 올리려면 다른 걸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합의가 안 된다. 내려야 할 데가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가 조정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미국의 선진제도를 들여왔지만, 우리 몸에 맞지 않은데도 20여년 손보지 않았고, 필수의료는 망가졌다. 병원들은 하루 수천 명에서 2만명까지 외래환자를 진료해 수익을 올렸고 거기에 필요한 만큼의 전문의만 늘려왔다. 역대 정부는 건보 보장성 강화에만 매달렸고, 현 정부 들어서 필수의료 강화를 시작했다.

    건보흑자 28조 필수의료에 쏟아야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국립대병원 교수 1000명 증원도 그 일환이다. 전문의가 늘면 전공의가 지금 만큼 필요하지 않게 되고 충실히 교육받게 된다. 신 박사는 "전공의 업무의 60%가 근로, 40%가 교육인데, 앞으로 2대 8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지 않은 정부와 병원은 책임이 없나”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에게 그냥 돌아오라고 할 게 아니라 '그동안 뭐가 잘못됐고, 이런 부분이 부족하니 돌아오면 이렇게 잘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가려면 원가(현재 91%)를 보전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은 정부가 지정한 심뇌혈관센터조차도 전문의가 모자라 이틀마다 24시간 당직을 선다고 한다. 전화로 대기하다 새벽에 병원에 나가면 겨우 5만원 나온다. 아무 일 없으면 이마저 없다. 미국은 신경외과 등 몸에 칼을 대는 외과의사의 연봉이 내과 의사의 2~3배이다. 우리도 그리 가야 한다. 그러면 전공의가 자연스레 몰리게 된다. 지난해 건보 누적흑자가 28조원으로 늘었다. 이걸 아낄 때가 아니다. 신 박사는 "지금은 응급상황이다. '묻지마 보전' 식으로 필수의료 수가를 원가의 100%로 먼저 올리고 차차 다듬자. 그러면 전문의 채용이 늘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사태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갈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전공의 파업에도 끄떡없게. 아니 전공의가 파업할 일이 사라질 수도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신복룡의 신 영웅전] 히포크라테스가 한국에 왔다면
    입력2024.03.07. 오전 12:21 
     
    기원전 460~370년 그리스에 히포크라테스 가문이 있었다. 5대에 걸친 의사 가문이니 지식과 경험으로 축적된 의술이 당대를 지배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 철학과 해부학에 눈뜨면서 히포크라테스의 책을 읽고 격찬한 기록이 남아 있다.

    히포크라테스는 치유사원(治癒寺院)에서 수행했음에도 질병이 신의 저주가 아니라 자연 현상의 일부라 여겼다. 지금 먹고 있는 것이 발병의 원인이며, 건강이란 결국 공기·물·장소에 따른 복합적 현상이라 해석했다. 그러므로 병에 걸리면 일단 단식하며, 꿀과 식초를 마시고 휴식과 안정을 취하는 것을 치료의 기본으로 삼았다.

    히포크라테스가 지금껏 회자하는 것은 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Oath)』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의사란 정결하고, 정직하며, 평온하고, 배려하며, 진지해야 하며, 스승과 환자를 내 친형제로 여기며, 손톱도 정갈해야 한다.

    지금 ‘의료대란’이란 어려운 고비를 겪고 있다. 의사와 정부 모두 할 말이 있겠지만, 그 두 쪽 모두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정부는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지만, 늘어난 의사가 의료 사각지대나 돈벌이가 안되는 곳에 내려가 헌신과 봉사만으로 살 수 없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의사는 보람만으로 살 수 없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위반하면 민사·형사 처벌을 하던 중세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이 갈등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의사협회의 주장에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주말에나 옷을 갈아입으러 잠시 집에 갈 만큼 바쁜 전공의들이 왜 증원을 반대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부모 자식처럼 생각해야 할 중증 환자를 뒤로하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못 본채 병원문을 나서는 그들의 처사에 국민이 애달파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의사들은 꼭 기억해 주기 바란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중앙시평] 의료 개혁, 결기만으론 어림없다
    입력2024.03.07. 오전 12:38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1981년 미국 항공관제사 파업 사태가 소환되고 있다. 관제사들의 파업에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규모 해고를 포함한 강력 대응으로 노조를 패배시킨 사건이다. 정부가 의사들의 진료 거부에 대해 법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981년 관제사 파업은 노동운동사에서 의미가 크다. 1970년대 서구를 휩쓸었던 노동운동이 퇴조하고 그 자리에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들이닥침을 알린 상징적 사건이었다. 임금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을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하던 항공관제사연합 노조는 협상이 결렬되자 8월 3일 아침 7시를 기해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휴가철로 공항이 한창 붐빌 때였다. 그날 당장 미국 전역에서 7000대의 비행기가 뜨지 못했다. 노조는 “우리가 없으면 하늘길이 마비될 것”이라며 자신했다. 그러나 레이건의 조치는 단호했다. “48시간 내로 업무에 복귀하라. 불복 땐 해고다. 재고용은 없다”고 못 박았다. 설마 했으나 진짜였다. 미복귀자들에게 가차 없이 해고통지서가 날아갔다. 노조원 1만4000여 명 중 1만1400여 명이 직장에서 쫓겨났다. 12년 뒤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일부가 재고용되긴 했지만 해고 인원의 6%에 지나지 않았다. 노조의 완벽한 패배였다.

    레이건 승리한 1981년 관제사 파업
    그 뒤에는 원칙·여론·계획의 삼박자
    의사는 여론 외면, 정부는 거칠기만
    길어지면 정부·의사 모두 지는 싸움


    이 사건에서 ‘엄정한 법과 원칙’만 읽는 것은 단편적이다. 두 가지를 더 봐야 한다. 하나는 여론, 또 하나는 준비다. 레이건의 강경 조치가 가능했던 것은 시민들의 호응 때문이었다. 당시 갤럽조사 응답자의 70% 가까이가 관제사들의 파업은 잘못이라고 봤다. 정부의 강경책을 지지한 비율이 60%나 됐다. 2년 전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 거대노조의 횡포에 염증을 낸 유권자들이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에 표를 던졌던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레이건은 이런 여론을 믿고 그 난리통에 캘리포니아에서 느긋하게 휴가까지 즐겼다.

    레이건이 여론만 믿었던 건 아니다. 시민 불편이 장기화하면 여론의 화살은 거꾸로 돌아올 수 있다. 레이건은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전직 관제사 및 관제 감독관 3000여 명, 파업 불참자 2000여 명, 군 관제사 900여 명을 전국 공항과 주요 관제센터에 배치했다. 파업 전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시민들이 불편을 견딜 정도는 만들었다. 몇 달 후에는 20년간 200억 달러를 들여 첨단 관제 시스템을 새로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치밀한 사전 준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대처가 1984년 영국병의 상징이었던 탄광노조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요인도 결기가 다는 아니었다. 대처는 석탄 비축을 지시하며 발전소에 쌓아 놓도록 했다. 수송 철로가 막히는 사태까지 대비한 것이다. 긴급 석탄 수입 계획은 물론이고, 석유발전 확대 계획도 짰다. 시대의 물줄기를 바꿀 요량이라면 굳건한 의지, 우호적 여론, 치밀한 계획의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를 다루는 정부가 이런 삼박자를 갖췄나. 의지와 여론은 모르겠지만, 치밀한 계획은 ‘글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5년간 매년 2000명을 늘려 놓겠다고 발표했지만, 5년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이라는 시간표가 없다. 지역의와 필수의에 대한 보상 강화, 지역 공공의료 확충 계획 같은 명세표도 없다. 갑자기 늘어난 의대생들 교육은 어떡할 건가. 대통령은 “2000명이 최소”라는 말만 던진 채 요지부동이다. 여론만 믿는 듯하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어떤 플랜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총선은 넘기고 보자는 전략인가.

    의정갈등이 아직은 ‘공공선 대 사익’의 성격으로 비치는 듯하다. 정부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방증한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의사들의 책임이 크다. 의사들이 든 손팻말에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는 문구가 보인다. 10년 뒤쯤 위협받을 국민건강은 걱정되고, 지금 당장 아픈 환자들은 걱정되지 않는가. 공익을 표방한 사익 추구에 속을 국민은 없다. 의사들은 자기들끼리 가까워질수록 여론과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설사 이번 갈등에서 의사가 정부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 해도 여론은 이를 ‘정부의 패배’라기보다 ‘국민의 패배’로 느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앞으로 국가 정책의 초점은 ‘반개혁 기득권 세력’ 의사집단의 힘을 약화하는 데 맞춰질 것은 뻔하다. 벌써 비대면 진료 확대, 의료행위의 의사 독점 완화 등에 대한 요구가 높다. 지지율에도 도움이 되는데, 이런 정책 추진을 마다할 정권은 없다. 이는 앞으로 의사 직역에 의대 정원 수호보다 더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돌아가는 판세가 의정 일방의 승리는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의 유리한 점만 보면 싸움을 멈출 수 없다. 약점을 직시해야 타협할 수 있다. 정부는 여론의 지지가 철회될 가능성은 없는지, 장기전이 진짜 가능한지 돌아봐야 한다. 의사는 여론을 적으로 돌리는 이 싸움이 장기적으로 자신들에 유리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든, 의사든 과유불급이다.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이현상 논설실장 leehs@joongang.co.kr



     [신현호의 법과 삶] 지나친 의사 위주 의료체계 바꿔 나가야
    입력2024.03.07. 오전 12:29 

    정부가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려 내년부터 5000여 명을 뽑기로 했다. 이에 의대 증원 반대 시위에 참석한 전공의가 “나 없으면 환자 없다”고 항의하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이런 나라가 싫어 용접을 배우는 의사가 있다”면서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있다. 그사이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의사는 환자가 있어 존재하고, 환자 곁에 있을 때 직업인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생명은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재판처럼 세 번 할 수 없다. 국가는 높은 수준의 교육, 장기간 수련을 거친 의사에게 365일 24시간 환자의 생명을 실시간 보호하도록 진료 의무를 부여하였다. 대신 의료인에게만 진료독점권을 주어 직업적 안정과 수익을 보장해주고 있다. 의사의 생명유지 의무, 환자안전 배려 의무는 절대적 의무이다. 진료독점권을 갖는 의사들이 조직적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

    변명 못할 의사들의 진료거부
    지나친 의료행위 독점이 문제
    위험 없는 분야는 문호 넓혀야


    일부 의사들이 집단휴업, 사퇴 등의 방식으로 투쟁하는 악습관은 의료행위의 독점권을 지나치게 의사 중심으로 준 데서 비롯된 부작용이다. 의료행위를 구체적으로 정의한 법은 없다. 단지 의료법 제12조에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라고만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동안 대부분의 의료행위는 의사가 하고 있다. 임상에서 이른바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수술 보조, 골수채취 등을 진료 보조업무로 하고 있지만, 이러한 행위 역시 의사만 수행할 수 있는 것이라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되고 있다. 또한 침습성이 크지 않은 안마, 문신 등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의료행위에 포함해 의사만 할 수 있게 규제하고 있다. 이런 구조 아래서 전공의들이 환자를 보지 않겠다고 하면 병원 진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강성투쟁이 가능하다.

    이제 의료행위에 대해 의사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해석을 완화할 때가 됐다. 정부도 ‘간호사 진료 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대법원 판례를 통해 명시적으로 금지한 자궁질도말세포 병리검사 검체 채취, 프로포폴 마취, 사망 진단 이외에는 간호사의 의료업무 범위를 넓힌다고 발표했다. 뒤늦은 감이 있다. 세계적으로 보건위생상 위험이 적은 안마, 문신, 임상심리치료, 접골, 침구 등 유사 직종을 허용하는 것이 추세다.

    대법원은 의료인 상호 간의 업무영역 제한을 완화해주는 경향을 보인다. 몇 가지 예를 보자.

    첫째, 의사가 행한 근육 내 침자극 치료행위에 대해 “한방 침술의 하나인 경근자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개념은 시대적·사회적 상황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다”며 허용했다. 대법원은 “첨단과학기술의 발전과 학문 간 융합으로 의료기술과 한방의료기술이 진일보하는 시대에 의사와 한의사 간 업무 범위의 해석을 너무 엄격하게 하면 기술 발전을 막고 국민건강권의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치과의사가 행한 얼굴 주름 제거 목적의 보톡스 주사도 허용했다. “안면부 치료는 치과 의료행위 대상이고, 의학과 치의학은 학문적 원리가 다르지 아니하고, 치과대학에서 보톡스 시술 교육을 하고 있어 보톡스 시술이 의사만의 업무 영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셋째, 한의사가 행한 초음파검사 진단에 대해서도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법 규정이 없고,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 상 위해가 생길 위험이 없다”며 허용했다. 넷째, 간호사가 의사 지도로 행한 심장 초음파 촬영행위, 물사마귀 큐렛 제거술, 고주파 온열치료, 요역동학검사 카테터 삽입술, 골절환자 부목 처치술 등은 진료보조행위로 허용했다. 다섯째, 일반인이 행한 수지침에 대해 “일반인에게 관용되고, 위험 발생이 적어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고 하여 허용했다.

    일본은 이미 타투 아티스트의 문신 시술에 대해 “문신이 의사로부터 받아야 할 보건위생상 위험이 적고, 역사적으로 문신사들이 해왔고, 의과대학에서 문신시술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허용한 바 있다.

    지금까지 의료는 과학 기술 발전과 학제 간 융합으로 급속도로 진보했다. 이런 시대적 추세에 맞춰 위해가 없는 분야는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전문 영역은 의료인 간 칸막이 없는 협업을 통해 환자의 생명이 더 보호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국민은 의사를 위한 나라가 아니라 환자를 위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한다. 집단사직을 거부하고 응급실과 수술실을 지키는 의사가 존경 받는 이유다.



    [안혜리의 시선]기어이 의사의 굴복을 원한다면
    입력2024.03.07. 오전 12:28 

    최근 의대 교수가 잇따라 사직 의사를 밝혔다. 경북의대 이식혈관외과 윤우성 교수와 충북의대 심장내과 배대환 교수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주요 명분으로 삼는 부족한 지역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핵심 인재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날은 윤 대통령이 경북대에서 열린 16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지역 기반 명문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 좋은 의사를 길러내겠다, 대구를 비롯한 지방에서 그 혜택을 더 확실히 누리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로 그 당일이었다.

    윤 교수는 "외과가, (신장이식 등 혈관질환을 다루는) 이식혈관외과가 필수과라면 그 현장에 있는 우리에게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모든 걸 짊어진 전공의 뒤에 (교수가) 숨는 현실이 부끄럽다"며 사직했다. 배 교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 뒤 의사 1만명 늘리겠다고
    의사 8000명 면허 취소 옳은가
    이미 접어든 필수의료 붕괴의 길

    젊은 교수들의 사직 소식에 언론은 "수억 원 버는 배부르고 선민의식 가득한 엘리트 의사들의 밥그릇 투쟁에 교수까지 합류했다"는 식으로 비판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사직은 파국으로 치닫는 작금의 의·정 갈등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출발은 지역의료·필수의료 살리기와 고령화하는 의사집단에 새 피 수혈하기였다. 그런데 그 명분이 사라진 건 이미 오래고, 처벌 만능 검사 정부의 의사 군기 잡기로 변질해 가뜩이나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만 의료현장을 떠나게 만들었기에 하는 말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가장 먼저 현장을 떠난 건, 수억 원 버는 성형외과·피부과 개업의들이 아니다.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누려온 의대 교수도 아니다. 정부가 진작에 해결했어야 할 비정상적인 원가 이하 의료수가 구조 탓에 저임으로 중노동을 견뎌온 각 종합병원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필수의료 전공의들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원가 이하로 물건을 팔아 계속 적자를 보는 어떤 회사가 비용을 줄여보겠다고 직원 40%를 저임의 수습사원으로 채워놓고는 연속 36시간 잠도 못 잘 만큼의 엄청난 노동강도를 강요해온 것과 같다. 이런 회사에 더는 미래가 없다고 전부 사표를 던졌더니, 사측이 이건 사표가 아닌 불법 파업이라며 사표는 수리할 수 없으니 무조건 근무하라고 윽박지르다 못해 여길 나가면 아무 데도 취직 못 하게 불이익 주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윤 교수가 "모든 걸 짊어진 전공의 뒤에 숨어 부끄럽다"고 한 이유다.

    결코 비약이 아니다. 가령 의료진 12명이 투입돼 평균 14~15시간 하는 '고혈류 뇌혈관 우회수술'의 수가는 237만 5000원이다. 수가를 적용받지 않는 성형외과 코 수술보다 훨씬 싸다. 또 '뇌동맥류 결찰술' 수가는 250만원인데, 일본은 1140만원이다. 이렇게 낮은 수가 탓에 수술할수록 병원이 적자를 보는 구조라, 병원은 전문의를 적정 인원만큼 채용하는 대신 공백을 전공의들로 채워왔다.


    모든 전공의가 대체 불가하지만, 전국 모든 병원이 이런 상황이라 특히 필수의료 전공의는 더더욱 귀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해 말 집계된 2024년도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필수의료 진료과목 지원율 감소 추세에 따라 올해도 소아청소년과 25.3%, 흉부외과 38.5%, 산부인과 67.4%, 응급의학과 79.6%에 불과했다. 환자를 제대로 보려면 꼭 필요한 적정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 부족한 수만큼 해당 필수의료로 진로를 택한 전공의들이 이미 오랫동안 눈 한번 못 붙이고 어쩔 땐 연속 36시간, 또 누구는 이틀에 한 번 당직을 서는 가혹한 업무환경을 견디며 지금까지 병원을 지켜왔다는 의미다.

    이들은 의사면허는 땄으니 선배 수만 명이 그리했듯이 굳이 어려운 전문의를 따지 않고 지금 당장에라도 '진료과목 성형외과·피부과' 간판을 내걸고 얼마든지 쉬운 돈벌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 동안 병원을 지켜왔다. 그런데 돌아온 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방침 첫날부터 대통령·총리·검찰총장 등이 돌아가며 내뱉은 "협상 불가, 면허 취소, 처벌" 발언, 즉 범죄자 취급이었다. 히포크라테스 아니라 예수도 견디기 어려운 모욕 아닐까.

    혹자는 "이번에 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관철하면 총선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라며 응원한다. 총선 결과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2000명을 관철하든, 단 1명의 정원도 못 늘리든 이미 소아청소년과에서 목격했듯이 앞으로는 의대 정원과 무관하게 모든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의사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이미 고령인 현직 전문의들이 다 떠나면 우리 생명을 살릴 의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수준 높고 값싼 한국 필수의료의 붕괴, 우린 이미 그 길에 접어들었다.


    안혜리 논설위원